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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가을 통권 제 46권 3호
성경으로 나라 사랑 이덕주

한국 교회사는 민족 수난사와 궤를 같이 한다. 우리 나라에 복음이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일제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며 고난당하였다. 특히 성경이 우리말로
번역·출판되는 것과 함께 일본의 침략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만주에서 로스 선교사가 이응찬
을 만나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하기 시작한 1876년, 일본은 한국 정부와 '강화도조약'으로 불리는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고 한반도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초 한글 성경인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이 만주에서 인쇄되던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진보세력과 중국을배경으로 한 보수세력간에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선교사들이 상임성서실행위원회를 조직하고 본격적으로 성경 번역에 착수한 1894년, 일본은 청일전쟁을 일으켜 한반도 침략 야욕을 드러냈고 1차 신약 공인역본이 완성되는 1904년에는 러일전쟁을 일으켜 한반도 지배를 기정 사실화하였다. 그리고 구약 번역이 완성되는 1910년, 마침내 일본은 한국을 병탐하였고 '일제시대' 민족 수난이 시작되었다. 결국 신약 번역에 착수했을 때 일본의 한국 침략이 시작되었고 구약 번역을 끝냈을 때 일본의 지배 구도가 확정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민족은 어떻게 대응하였는가? 그것은 순응, 아니면 저항 둘 중의 하나였
다. 순응은 타협적 '친일' 노선으로 나갔고 저항은 민족적 '배일' 노선으로 나갔다. 기독교인도 두 종류로 나뉘었다. 교인 가운데 친일파도 나왔고 배일파도 나왔다. 이들은 나름대로 자기 행위를 기독교 신앙에서 설명하였고 그 과정에서 성경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기독교 민족운동가들의 신앙과 투쟁에 성경은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여기에 우리의 관심이 있다.


구국기도회 <기도문>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 한반도 지배에 관하여 국제 사회로부터 지지 내지 묵인을 획득한 일본은 이듬해(1905년) 11월, 한국 정부와 을사5조약을 체결하여 '보호'라는 명분으로 국권의 상징인 외교권을 늑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하여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구국기도회를 열어 저항 의지를 나타냈다. 그 중에도 전덕기 목사가 이끄는 상동교회 엡웟청년회 구국기도회가 유명했다. 전국에서 올라온 1천여 명 회원은 구국기도회를 가진 뒤 조를 짜서 도끼를 을러메고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가서, "조약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목을 치소서." 하며 조약 반대 시위를 벌였다. 기독교인이 시국 문제를 빌미로 전개한 '항의 데모'의 효시다.그 때 상동교회에 모인 회원들이 구국기도회에서 드린 기도문이다.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이시여 우리 한국이 죄악으로 침륜(沈淪)에 드럿스매 오직 하나님밧게 빌대 업사와 우리가 일시에 기도하오니 한국을 불샹히 녁이사 야리미아(耶利未亞)와 이새아(以賽亞)와 단이리(但以利)의 자기 나라를 위하야 간구함을 드르심갓치 한국을 구원하사 전국 인민으로 자기 죄를 회개하고 다 천국백성이 되어 나라이 하나님의 영원한 보호를 밧아 지구상에 독립국이 확실케하야 주심을 야소(耶蘇)의 일홈으로 비압나니다."("聲聞于天", <大韓每日申報>, 1905.11.19) 일본의 '일시적인 보호'가 아닌, 하나님의 '영원하신 보호'를 받아 '지구상의 독립국'이 되게 해 달라는 탄원에서 기독교인들의 민족 의식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자신들의 기도를 성경의 '예레미야'(耶利未亞)와 '이사야'(以賽亞), '다니엘'(但以利)의 기도와 일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구약 이스라엘 역사의 '바벨론 포로기'에 활약했던 예언자들에서 민족운동의 원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한말 위기 상황을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 상황'과 일치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에서 '회개'함으로 국가 재건의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우리 민족도 회개하여 국권 회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였다. 예언자 신학의 핵심 주제인 '회개'가 국권회복과 독립운동의 기본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손정도식' 부흥운동

이같은 신학적 입장은 합병 직전에 중국 선교사로 나갔다가 3·1운동 후 상해임시정부 의정원장
을 역임했던 손정도(孫貞道) 목사의 설교에서도 확인된다. "아, 이스라엘인은 그와갓치 졋과 꿀이 흐르는 땅에 쫓겨나서 이와갓치 되엇느뇨. 상제께 범죄한 까닭이외다. 이와갓치 된 백성이 어디 또 잇슬가요. 우리가 이럿슴니다. 여러분, 우리가 무삼 죄를 그리 크게 범하야 이와갓치 되엿슴내까. 어느 민족이든지 이 지경에 떠러짐은 세 가지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외다. 하나는 사회, 둘은 부모, 셋은 자기외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구원을 득(得)하겟나잇가. 나 개인부터 죄를 회개하고 깨다라야 하겟오. 상제끠서는 이런 민족의게 기회를 주심니다."(<손정도 목회수첩>)

정치적 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손정도는 평양 숭실학교 졸업반이던 1907년, 나라 상황이 극도로
어려웠던 때 새벽기도를 하다가 사도행전 1장 8절 이하의 말씀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즉
그리스도께서 승천 직전,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실 때가 이 때입니까?"라고 묻는 제자들에게
"그 때와 기한은 하나님의 정하실 바이고 다만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얻어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이스라엘 회복'을 '국권 회복'으로, '성령 강림'을 '부흥운동'으로, '증인 사역'을 '선교 사업'으로 해석하였다. 그리하여 신학을 공부하고 부흥목사가 되었으며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만주 선교사가 되었다. 그가 부흥사로, 선교사로 활약하게 된 배경에는 이같은 '국권 회복'의 꿈이 있었다. 보통 부흥사들은 현실 문제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현실도피적' 초월 신앙만 강조함으로 민족운동을 멀리하였는데 손정도 목사는 반대로 부흥운동을 민족운동의 도구로 보았다. 그가 인도하는 부흥회 설교에서 민족은 중심 주제였다. 그래서 '손정도식 부흥회'란 말이 생겨났다.

 독립단 <통고문>

1919년 3·1운동 당시 서울 시내에 뿌려졌던 유인물 <독립단 통고문>은 보다 구체적으로 기독
교 민족운동의 내용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我可敬可貴한 獨立團 諸君이여. 何時이던지 日人을 侮辱하지 말고 石을 投하지 말며 拳으로 打하지 말나. 是는 野蠻人의 하난바니 獨立의 主義를 損害할뿐인즉 幸各注意할지며 信徒는 每日 三時 祈禱하되 日曜日은 禁食하며 每日 聖經을 讀하되 月曜는 以賽亞 十章 火曜는 耶利未 十二章 水曜는 申命記 二十八章 木曜는 雅各 五章 金曜는 以賽亞 五十九章 土曜는 羅馬 八章으로 循環讀了할 것이라."(김병조, 『한국독립운동사략』, 1920, 34쪽)

"일본인을 모욕하거나 돌을 던지거나 주먹으로 때리지 말라"는 권고에서 '비폭력 평화운동'이라
는 3·1운동의 기본 노선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기독교인들에게 매일 3차씩 기도할 것과 주일에는 금식 기도할 것을 권면하면서 매일 읽을 성경 구절을 제시한 점이다. 즉
월요일에는 "하나님께서 침략자 앗수르를 멸하실 것이다"는 내용의 이사야 10장, 화요일에는"하
나님께서 황무지로 변한 예루살렘을 회복하시고 침략자를 벌하실 것이라"는 내용의 예레미야 12장, 수요일에는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할 때 복을 받고 불순종할 때 벌을 받는다"는 내용의 신명기 28장, 목요일에는 "욥의 인내로 길이 참고 기다리는 자가 축복을 받는다"는 내용의 야고보 5장, 금요일에는 "하나님은 죄를 회개한 백성을 용서하시고 구원하신다"는 내용의 이사야 59장, 토요일에는 "현재 받는 고난은 장차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으며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어 놓을 수 없다"는 내용의 로마서 8장을 읽도록 권하고 있다. 독립단 단장은 매일 매일의 투쟁 방법을 성경에서 구하였다. 상당한 수준의 신학적 소양을 지닌 사람이 아니고서는 작성할 수 없는 유인물이다.

이런 식으로 기독교 민족운동가들은 성경에서 민족 구원의 당위성과 방법을 찾았다. 성경을 제
대로 읽으면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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